수필     광야의 소리 2022-01/02 목차로 가기   25  
   

울림, 무중력의 순간

   
 

 

사람들이 가끔 내게 묻는다, “무대 위에서 공연 할때 무슨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때부터 나는 천천히 되돌아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나의 과거가 마치 영화 “Matrix” 에서 순간적으로 다른 세상에 들어가듯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기 시작 했다. 내 머리 속에 비춰지는 과거의 무대경험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다 보니까, 한가지 몰랐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에는 그저 하나님이 나를 들어 올리시고, 나는 입만 벌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거기에 한가지 중요한 현상이 또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공연을 하면서 마치 Matrix 의 Slow Motion 의 한 장면처러 다가오는 순간… 공간의 멈춤, 그리고 무중력의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울림” 이다!

이 지 수

(Gsu Lee)
Soprano/
Opera가수

 

 

 

 

 
   

1997년 처음으로 성악발성 레슨을 받을 때는 그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는 것 만으로 모든 소리가 완성 되는 줄만 알았는데, 가만히 그때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입을 크게 벌리는 것으로 울림을 줄 공간을 만드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것이다. “I wish my teacher told me what it was …” 그 이후에 나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샤워중에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그게 이제 이해가 간다. 울림이 클 수록 소리는 더 선명하고 좋다?

   
   

지금 잠깐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입을 다문채 한번 “음~” 하고 소리를 내어보자, 미세하지만 머리쪽에 약간의 울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음 ~ 야” 하고 입을 점점 열어보자. 아마도 머리의 울림이 사라지며 입을 벌리는 순간 내 몸속 공간을 울리던 소리가 내가 있는 방의 공간으로 이동 하며 소리가 커지는것이 느껴진다.

그러는 동안 눈을 감고 공기의 공간 이동에 집중하면서 입의 크기를 점점 늘려가는 연습을 몇 번 하면서 턱을 더 아래로 내리는 것을 반복하자. 그러면 이번에는 머리의 울림에서 가슴쪽의 울림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횡경막 바로 아래쪽까지 울린다. 이 정도의 울림까지 느끼면, 마치 나는 붕 떠 있는것 같은 무중력의 기분을 느낀다. 나는 이런 경지에 오를때가 가장 기분 좋다, 내 몸이 가벼워지고 느슨해지며, 오로지 허리에서 엉덩이만이 마치 발전기가 돌아가듯 묵직하고 단단하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소리를 질러 높은 곳을 정복하고 나면, 호흡이 가지런해지고 마지막은 마치 비행기가 착지 하듯 조심스럽게. 이런거는 호흡조절이라고 하는데, 결국 호흡조절이라는 것이 울림의 위치와 크고 작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을 열거나 닫고 있거나 소리를 낼 때마다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이 울리는지 조금은 예민하게 느끼는 습관을 기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소리 라는 매개체는 감성을 다스리고 이렇게 울림을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부터 나의 시간도 멈추게 되는데, 아마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왜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이들의 얼굴 표정이 밝고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지 이해가 간다. 2020년과 21년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Fear and Depression 들이 자리잡았고, 나 역시도 “혼자” 라는 상황을 벗어나고픈 간절함에 사로잡혀 힘들었던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라디오나 유투브 체널을 틀어 놓고 노래를 따라 불렀고, 흥겨운 음악에 정신 없이 춤을 추어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금 우리 내면에 집중 해서 이런 울림 운동을 통해서 “소리” 라는 새로운 발견과 함께 2022년을 노래하며 시작 해 보는건 어떤지 하는 바램이다.

Warm Miracle 을 기다리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