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광야의 소리 2022-01/02 목차로 가기 28

 

 

 

 

 

 

 

 

 

 

 

 

 

 

 

 

 

 

 

 

 

우리도 이제 돌아가야 하나

 
   
 

다람쥐 채바퀴돌 듯, 한없이 뛰고 또 뛰어도 끝이 보이지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고 살아보아도 앞이보이기는 커녕,
가슴에 않고있는 큰꿈, 허기진 공복, 아무리해도 채울 길이 없어서,
모든 미련을 버리고, 가족과 친구를 떠나 미국을 향하던 그날은,
미지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내내 울렁했다.

바쁘게 떠나느라 준비도 없이, 한여름 더운날 일찍 도착한 버팔로뉴욕
학생들은 방학으로 돌아가고, 버려진듯 모여있는 기숙사 건물숲속
차도없이, 길 가르쳐줄 사람도 없는, 텅빈 넓은 대학 캠퍼스에서
혹시나 열린 가게를 찾아 먹을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메던 며칠은
이제와 돌이켜보니, 어렵고 긴 미국생활의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강의를 가고, 저녁늦게까지 연구실에서 보내는사이
두아이 피아노 레슨부터 댄스레슨, 피아노대회에서 연주회를 마치려면
먹을밥 싸들고 지도책들고, 학교에서 도서관을 거쳐 연주홀까지
온 동네를 하루종일 헤매며 기다리며 택시운전기사를 하던 집사람
그래도 자고나면 밀린피로가 회복된다는 그 사람, 신들린 사람이리라.

뒤를 돌아볼 경황도 여가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많은 날들
어느사이 다 자라버린 아이들, 새가 둥지를 떠나듯 집을 떠나고
항상 같이 계실줄 생각했던 부모님들, 가시고나서야 후회스러운데
우리를 늘 사랑해주시던 외삼촌 이모 그리고 친구도 하나씩둘씩 떠나니
다행히 건강한 집사람과 나, 광야에 홀로 서있는 우리를 발견하고 놀랜다.

 

 

 

 

 


뉴욕에 사는 친구, 이제 삼년만 더일하고 나는 한국갈란다고 선언한다.
중년에 시작하신 동료 여자교수님, 햇수를 쉬어 한국으로 퇴직할 날을 꼽는다.
먹을거 때문에 한국에 가 살고싶다고 늘 입버르처럼 중얼거리는 집사람,
한국에 가면 먹고싶은 음식 가고싶은 식당이있는 마을 목록을 만든다.
생각없이 지내오다 이제서야, 이제 우리도 퇴직하고 한국에 돌아가야하나?

미국에서 미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미국말로 생활해온지 어느듯 수십년
가끔은 그래도 친구를 만나고 교인들과 담화하고 인척들과 통화를 했어도
짧은시간, 한정된 대화내용, 자주보지도 못하는 상황, 한국처럼 살지못했다.
어느듯 우린 이제 미국에 사는 사람들,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살 수있을까?
아는 듯 모르는듯, 익숙한듯 익숙지않는 한국, 새로 적응할 수있을까 이나이에.

인천 공항에 내려, 공항버스, 지하철타고 또 갈아타는데 벌써 진이빠진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사람들 무리와 함께, 깊은 계단 또 높은 계단을 오르니
수십, 아마도 수백채 아파트 숲이, 빽빽히 들어선 상가 뒤로 펼쳐진다.
아무리 둘러보고 지도를 들여다 보아도 찾을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다시  9번 출구로 돌아가 마중나오도록 부탁한 조카를 기다릴수 밖에없다.

전철타고 택시갈아타 힘들게 찾아간 친구, 식당에서 점심먹고 헤어진다.
오래만에 만난동창 술한잔 기울이고나서, 택시잡느라 이리저리 뛰었다.
늘 평상처럼 편한복장으로 나선 집사람, 연변에서 왔느냐고 묻더란다.
화장도하고 좋은옷도 입으라 했는데 ‘당해도 싸다’ 고 언니를 나무랜다.
골프 약속있다고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는 형은 야속하기만하다.

우리도 미국에서 한국처럼 살면 어떨까. 공항에 도착해서 주소로 찾아오라고.
식당에서 식사하고 호텔로 돌아가라고, 게스트룸은 더이상 필요없겠지.
어느 사이 너무 멀어진 생활 방식, 생각의 차이, 언어 생활의 부족함,
가까운듯 멀어진 사람들, 편리한듯 불편한 생활환경, 알듯 모르는 일들
한국에 가서 새로 적응하면서 살 수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어린나이도 아니고.

동북부 겨울추위를 피해 언니가 가까이사는 따뜻한 뉴멕시코 앨버커키,
추운겨울 멀리서 처음 방문한다고 너무나 친절히대해 주시는 목사님,
광야의 소리에 한인 회보, 관광 책자까지 자상히 전해 주시는 장로님,
사분사분히 귀속말까지 전해주시고 들어주시는 사모님과 정다운 교우님들 
아마도 언젠가 우리도 일을 그만 두면,  뉴멕시코 앨버커키에 와서 살까나.

2021년 12월
뉴멕시코 앨버커키를 다녀가면서